영화 <그물>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관람했는데, 포스터만 보고서는 사실 어떤 영화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나를 북으로 돌려보내 주시라요" 라는 글자가 보이는 건, 뭐지? 하하
#줄거리
평범하게 살고있던 북한 어부 "철우" (류승범)는 의도치 않게 배가 그물에 걸려 고장이 나버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고 만다. 남측 정보요원들은 간첩의 가능성이 있는 철우를 수상히 여기며 조사하고 감시한다.
조사할 수록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철우를 담당 조사관만은 끝까지 의심한다.
남한에서 유일하게 철우의 억울함을 믿어주는 것은 철우의 담당 경호원인 "진우" (이원근)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간첩혐의를 벗은 철우, 때마침 잡혀와 조사중이던 다른 탈북자에게 한가지 부탁을 듣게 되는데, 그것은 먼저 남한에 와있는 딸을 자신이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으니 자신의 한마디만 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보고난 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한에 오게 된 북한 어부 "철우".
철우가 간첩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조사관.
철우를 믿어주는 단 한사람의 경호원 "진우".
이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풀어가는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긴박하게 돌아간다.
우리는 언제나 휴전상태이고 항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람이 정말 간사하게도 철우가 억울하고 안타까운건 사실이지만, 조사관의 마음이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는 점일것이다.
내가 남한에 살고 있어서 그런건가?
영화 속 조사관은 자신의 트라우마 때문에 철우에게 유난히 심하게 굴고, 철우의 혐의가 어느정도 벗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철우를 간첩으로 확신한다.
그런 이성을 잃는 모습들에서 악역이라 칭하기는 그렇지만 일반적인 악역을 볼때와는 다른 마음이 생긴다.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커다란 책임을 지게 된다. 작은 실수에도 나라 전체가 심각해 질 수 있는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연평해전>에서도 초반에 허술하게 대처를 안했다면 수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철우의 말투때문인지 철우에게 그다지 연민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경호원 진우에게 더 몰입해서 본 것 같다.
아무래도 나에게 잠재된 이미지의 북한이 그리 좋게 각인되어 있지 않나보다.
영화 속에서 어찌 되었건 철우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 줌으로써 간첩은 아니지만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 정보의 위험도는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철우가 정말 중요한 일을 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문장 하나 전달 했다고 간주한다면 간첩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점 둘다 성립하기 때문에 상당히 애매하다.
영화 속 철우는 방송을 타버려 이런저런 결정도 짓기 전에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이 난다.
탈북한 철우를 "우리는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귀순을 권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실제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을 구한다는 명분하에 가족과의 생이별을 너무도 쉽게 생각하는 그 사람들에게 무어라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영화 속 "진우"만큼이나 내 속도 타들어 갔다.
철우의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는 그의 작은 행동에서부터 나타나는데, 남한에 오자마자 그는 눈을 감고 그 어떤 것도 보지 않으려 한다. 본 것이 없어야 북에 돌아가서도 할 말이 없을 거라는 그의 주장이다.
그들은 귀순을 위해 철우를 유혹하는 방법으로 명동시내 거리를 강제로 보게 한다.
화려한 거리가 다 무슨 소용인가, 화려함만을 보고 귀순을 결정할 거라 생각하는 자체가 우스웠지만, 어찌 되었건 결국 철우는 감았던 눈을 뜨고 화려한 자본주의 세상을 보게 된다. 그가 느낀 것은 무엇일까,
자유의 세상 자본주의란 과연 행복한 것일까, 철우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거리에 그대로 버려진 먹다남은 음식들과 멀쩡하지만 버려진 노트북이다. 이런 무분별한 낭비가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돈이 없어 몸을 팔아 가며 어머니와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매춘부가 있다.
철우의 입장에서 끔찍한 북한에서 탈출해서 오라는 그 세계 "자본주의"는 어떻게 보여졌을까,
그동안 내가 그물로 고기를 너무 많이 잡았나 봅니다.
이제 내가 그 그물에 단단히 걸린 것 같습니다.
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끝난거지요.
영화 <그물> 중에서
결국 철우는 오직 가족만을 생각하며 북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 상상으로는 철우같은 상황에서라면 북에 도착하자마자 사살당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상당히 긴장하며 보았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고 다만 도착하자마자 남측에서 받았던 심문을 그대로 받게 된다.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모진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그렇게도 그리던 가족에게 돌아가게된 철우.
그에게 과연 남한과 북한이라는, 나의 나라, 조국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자신이 남측에 있던 동안 아내도 심문을 받은 것을 알게 되고, 밤새 눈물흘린다.
아침, 철우는 고기를 잡기 위해 배로 향하지만 한번의 탈북 경험이 있는 철우에게 배를 내주지 않는다.
결국 철우는 배를 타고 나가다가 총에 맞고 만다.
해피엔딩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남한에서는 아무리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연출되어도 그렇게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북한으로 넘어가면서부터 확실히 긴장감이 더해진다.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결국은... 하는 마음과 함께 영화가 끝나버린다.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느낌의 영화는 강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의 자유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류승범의 연기는 정말 너무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다.
그물 (THE NET , 2016)
감독 김기덕
류승범 (남철우)
그물,2016 / 나의 절친 악당들,2014
이원근 (오진우)
그대 이름은 장미,2016 / 환절기,2016
김영민 (조사관)
허니문 호텔의 살인,2016 / 그물,2016
최귀화 (이실장)
그물,2016 / 터널,2016
손민석 (보위부조사원)
그물,2016 / 검은 사제들,2015
박지일 (간부)
보통 사람,2016 / 그물,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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